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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실제 배경

by 멀리던 2022.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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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쓴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세계적인 명작이야

소싯적 소설 좀 읽어본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을거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 소설은 '이중 인격'이라는 소재를 다룬 대표적 작품이야

주인공인 지킬박사는 인간의 몸에 선과 악

두 가지 본능이 내재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 끝에 직접 만든 화약약품을 통해 자신의 인격을 둘로 나누는데 성공하지

하나는 원래의 지킬 자신, 다른 하나는 지킬 내면의 악의 분신인 에드워드 하이드로 말야

지킬이 약물을 마시면 하이드로 변한다는 설정인데 하이드의 성향은 지킬과는 정반대였어

지킬이 도덕심으로 차마 하지 못했던 온갖 범죄들을 하이드는 죄책감없이 마구 저질러 댔거든

시간이 지날 수록 하이드라는 인격에 고무됐던 지킬은 점점 자신을 통제할 수 없게 돼

결국 지킬은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리고 그냥 사악한 하이드가 되어버림 

 

 

대충 소설 내용도 알아봤겠다

본격적으로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실제 배경을 알아보자

 

  

 

그림 속에 오른쪽 남자 보이노? 꼿꼿히 서있는 사람이 지킬이고 몸을 숙인 채 비틀 거리는게 약물을 먹고 변한 하이드야

 

선한 지킬박사가 약물먹고 변한 에드워드 하이드라는 인격은 소설 속 사이코패스의 원조라고 할 수 있어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

토머스 해리스의 '한니발 렉터'

브라이언 헬게랜드의 '프레디 크루거'

모두 그를 모델로 하고 있지

 

이 소설은 전부 픽션은 아니야 

1885년 이 작품을 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실제 장소와 실제 인물에서 영감을 얻었어

 

우선 그 장소라 함은 바로 그의 고향이자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Edinburgh)야

 

 

에든버러는 천 년이 넘는 역사의 도시야

잉글랜드 국경 북쪽으로 64km의 해안에 위치해있지

스티븐슨은 이곳에서 태어났고 자랐어

즉 여긴 그의 사고관이 형성된 곳인 셈이지

 

소설을 읽어본 사람들은 눈치를 챘는지 모르겠지만 소설의 배경은 에든버러가 아닌 런던이야

스티븐슨은 런던을 안개 낀 악의 도시로 묘사했지

 

" 안개는 여전히 도시의 윗면을 덮고 있었으며 전등은 홍옥처럼 반짝였다.

짙은 안개 속에 도시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

 

그런데 스티븐슨은 런던에 산 적도 없었고 런던을 잘 알지도 못했어

실제 배경이 된 곳은 런던이 아닌 그의 터전이었던 에든버러였지

그가 굳이 런던을 배경으로 쓴 이유는 대도시의 친밀함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으려했음이야

 

 

그렇다면 소설 속 음울한 무대는 에든버러 어디일까?

우선 스티븐슨이 성장한 집부터 확인해보자

 

스티븐슨의 집이 있던 곳은 해리엇 로우(Heriot Row)로 에든버러에서 가장 부유한 거리 중 하나야

그가 살았던 150년 전 이곳은 새로 지어진 구역이었지

신구역에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의 그는 에든버러 구시가지의 모습을 늘 마주하며 자랐어

스티븐슨은 7살 때 이사를 왔는데 당시 그는 병약해서 성홍열에 기관염까지 갖은 병치레가 심했대

덕분에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밖에서 뛰노는 시간이 별로 없었고

대신 다락방에서 밖의 풍경을 내려다보곤 했어

에든버러의 나머지 절반이자 본인의 거주지완 전혀 다른 모습의 세상을 말이지

 

 

'Heriot Row' 찾았어?

바로 밑에 'Queen Street Gardens'라고 보이지? 

그 아래쪽이 스티븐슨이 침실 창으로 내다보던 에든버러의 오래된 지역이야

6세기 이상 된 거리와 건물들이 즐비하던 곳이었지

그는 자랄수록 이 올드타운(Old Town)에 집착했고 그 지역들을 자세히 묘사한 안내 책자를 쓰기도 했어

 

  

 

하단에 'Robert Louis Stevenson' 적힌거 보여?

 

그는 미로처럼 얽힌 올드타운의 거리들을 무척 좋아했어

그의 작품 속에서 이를 묘사한 구절을 찾을 수 있지

" 어두운 아치를 지나면 어두운 계단과 통로가 나온다.

길은 몹시 좁아 양손이 벽에 닿을 정도다."

올드타운의 거리는 지킬박사와 하이드 속 공포스런 골목길의 실제 모델이지

 

 

과거 올드타운은 건물들이 엄청 빽빽하게 들어서는 바람에 좁을 골목들이 많았어

아 물론 이는 오늘날에도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야

옛 건물들은 대부분 교체되었지만 도시의 구획은 500년 전과 거의 같아

좁고 구부러진 거리와 골목들이 큰길로부터 줄기처럼 나 있는 식이지

 

그림 왼쪽에 표현된 거대한 언덕 위의 에든버러 성을 중심으로 언덕 밑까지 중심가가 형성되었는데 1513년 도시를 둘러싼 벽이 세워지자 위로 확장할 수 밖에 없었던 에든버러의 일부 건물들은 14층 높이에 달할 정도였대

이런 고층 건물들 사이로 음울하고 비좁은 거리가 조성된거지

" 질척질척하고 지저분한 거리에는 언제나 등이 켜져 있어 악몽 속의 도시같았다 "

하이드가 걸었다는 장소들은 이 거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위 사진은 실제 에든버러 올드타운의 좁은 골목 중 하나야

 

올드타운에서도 '메리 킹스 클로스'라는 곳 위엔 '시티 챔버'가 세워졌는데 이는 1753년 올드타운의 중심가 로열 마일에 지어진 웅장한 정부 건물이야

게이들이 잘못 이해할까 다시 설명하자면

5백년 된 낡은 집들의 복잡한 골목들 위에 새로 지지기반을 다지고 신식 건물인 시티 챔버를 지었다는 말이야

덕분에 원래 있던 골목들은 시티 챔버 아래에 깔려 지하도시가 되었어

사람들은 하늘 대신 정부 건물의 바닥을 보면서 살게 된거지

하수시설이 없었던 탓에 지하도시는 상당히 더러웠는데 쓰레기를 버릴 땐 그냥 창문을 열고 냅다 던져버렸다고 해

살 곳이 못 돼 보이지?

하지만 스티븐슨이 살았던 100년 후에도 여전히 지하도시엔 사람이 살았어

뭐 대부분 빈곤층이었지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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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실제 메리 킹스 클로스야

 

메리 킹스 클로스는 유명했다

스티븐슨은 이곳의 빈곤과 범죄를 직접 목격했고 그에 대해 글을 남기도 했어

더럽고 빈곤에 찌든 이 지하도시는 섬뜩하고 위험한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도시 그 자체였지

 

에든버러는 지하와 지상으로만 나뉘어진 것뿐만 아니라 후에 올드타운과 뉴타운(New Town)으로도 나뉘게 돼

이는 스티븐슨 소설 속 이중인격의 '구분'이라는 개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지

 

" 인간은 본래 하나가 아닌 둘이다. 모든 인간은 선과 악의 복합체다. "

 

스티븐슨이 살았던 에든버러는 지킬박사처럼 양면성을 보이는데 기존의 도시인 올드타운과는 다르게 새롭게 세워진 북쪽의 뉴타운은 집도 크고 거리도 넓었지

뉴타운은 부유하고 높은 계급의 귀족들을 위한 곳이었고 때문에 전문직을 비롯해 일반인들은 올드타운에 그대로 남았어

결국 에든버러는 뉴타운 개발로 인해 사람들의 인식 속에 두 개의 도시로 나뉘게 되지

시간이 지나면서 서울 사람들이 강북에서 강남가려고 발악하는 것처럼 당시 중산층과 전문직업군 사람들은 미친듯이 돈을 모으고 뉴타운으로 넘어갔어

이 탓에 올드타운의 수준은 계속 떨어지게 되는데

결국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두 타운의 수준은 완전히 극과 극이 되어버려

 

이는 스티븐슨이 창조한 지킬과 하이드라는 정반대의 이중인격과 매우 흡사해

한쪽은 부유하고 존경받았지만 다른 쪽은 저급하고 부패했지

 

 

스티븐슨은 에든버러라는 공간적 요소뿐만 아니라 도시에 살았던 인물들에게도 영감을 받았어 

 

뉴타운 건설 후 빈곤과 불법의 온상이 되어버린 올드타운에 돈 많고 젊은 '디컨 브로디'의 일화는 유명했다

디컨 브로디는 지킬박사처럼 두 가지 삶을 살았는데 존경받는 시의원으로서 좋은 건물에 살았지만 밤에는 도박꾼에 거짓말쟁이이자 도둑, 사기꾼이 되어 주사위를 던지거나 닭싸움장에 갔고 온갖 저급한 소일거리들을 즐기곤 했지

지킬박사의 이중인격과 완벽히 들어맞는 인물이지?

하지만 디컨 브로디는 스티븐슨이 태어나기 70년 전의 사람이었어

그럼 스티븐슨은 디컨 브로디에 대해 어떻게 알고 그를 소설의 모델로 삼은 걸까

 

 

얘가 '디컨 브로디'다

 

1788년 디컨 브로디는 무장강도 행각으로 체포되어 톨부스 감옥에서 교수형에 처해져

지금은 철거되어 사라진 톨부스 감옥이지만 당시 감옥 건물 옆엔 공개처형장이 설치되어 있었지

덕분에 유명했던 디컨 브로디의 공개처형식은 대중들에게 큰 볼거리가 되었고 목격한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으로 그의 일화는 오랫동안 입에 올랐어

앞서 스티븐슨이 어릴적 연약했다고 한 거 기억나?

허구헌날 아팠던 탓에 스티븐슨은 침대에 누워있는 일이 잦았고 그의 침대 머리에는 항상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었어

여기서 스티븐슨은 브로디의 일화를 전해듣게 된다

그는 브로디의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했대

어른이 되고 브로디의 일화를 소설로 쓰고자했지만 낮과 밤에 그토록 다른 면모를 보였던 사람을 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못마땅했던 스티븐슨은 두 개의 이름을 부여하게 되는데 그게 '지킬'과 '하이드'야

 

 

감옥 건물 왼 쪽에 조금 낮은 처형장보이노? 저기서 브로디가 목메달려 죽었다

 

소설 속에서 지킬은 하이드로 변하기 위해서 자기가 제조한 약물을 마셔

이는 깊게 보자면 '과학의 오용'을 표현한 것이지

스티븐슨은 이 부분도 에딘버러의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어

관련된 사실들을 알아보자

 

지금으로부터 약 2백년 전 

에든버러의 뉴, 올드 두 타운을 잇기 위해 1785년 시 지도자들은 다리를 짓는다

다리를 감싼 좌우 건물들에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이 건물들의 내부엔 19개의 보조 아치가 있었어

다리 건축과 함께 아치 사이사이 꽤나 넓은 공간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하류층 사람들 일부는 여길 창고나 집으로 이용했지

이후 1800년에서 1840년 사이 에든버러 인구가 두배로 느는 바람에 집이 부족해졌고 가난한 사람들이 몰리며 이곳은 유명한 빈민가가 돼

여기선 수많은 불법행위들이 벌어졌는데 당시 선술집과 매춘굴이 열 배 이상 늘어났고 대부분은 이 안에서 영업을 했어

 

 

그런데 이 안엔 에든버러 의대가 있던 '인퍼머리 가(Infirmary Street)'로 통하는 터널이 있었어

이 통로가 이용되던 19세기 초

에든버러는 유럽 의학의 본거지로 세계 최고의 해부학자들이 양생해냈지

의사들은 실력을 키우기 위해 보다 많이 해부경험을 쌓고 싶어했지만 시체가 부족했던 탓에 시체 절도가 성행했다

시체 도둑들은 시체를 절도한 뒤 이 통로를 통해 의대로 운반했고 그걸 놓고 의사들과 밀거래를 했지

시체 절도는 무서운 일이었지만 큰 돈벌이였어

어린아이 시체의 경우 1~1.5 파운드가 기본이었고 일반 시체의 경우 풍족한 시기엔 4~5 파운드, 부족할 땐 15~20에서 30 파운드까지도 값을 쳐줬지

시체 한 구 값이 지금 돈으로 환산하자면 500달러, 우리 돈으로 58만원 상당이었던거야

 

 

이건 옛날 에든버러 의대임

 

이 지하통로 옆에는 '배너먼즈(Bannermans)'라는 오래된 술집이 있었는데 스티븐슨이 자주 찾던 술집이었어

스티븐슨은 여기서 술을 마시며 시체도둑 이야기를 듣게 돼

 

 

술집 배너맨즈(Bannermans)야 아직도 있네 

 

시체도둑과 관련해서는 당시 원톱으로 유명했던 특별한 인물이 있었는데 

스코틀랜드 연쇄살인범 '윌리엄 버크'야

1828년 여름 아일랜드 이주자인 윌리엄 버크와 윌리엄 헤어는 시체절도를 위해 도시를 배회하며 연쇄살인을 벌인다

그들은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극빈층이나 밤일하는 여자들을 찾아 만취시킨 뒤 두 손가락으로 코를 틀어 쥐고 다른 손으로 입을 막아 질식사시켜

아무런 상처도 남기지 않음으로써 의심도 피하고 온전한 상태 덕분에 보통보다 값을 더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지

버크와 헤어는 그렇게 1년 반 동안 17명을 살해했어

스코틀랜드 사상 최대의 피해자를 낸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이었지

 

 

왼쪽이 윌리엄 버크(William Burke) 오른쪽이 헤어(Hare)다

 

결국 버크는 자신이 판 시체를 알아 본 어느 의사의 조수에게 범죄사실을 들키면서 교수형에 처해진다

아, 헤어는 이미 잡혔는데 버크의 살인을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자기 죄는 사면받아

그렇게 버크는 스티븐슨이 태어나기 20년 전인 1831년에 처형되었어

시간적으로 거리가 좀 되지만 분명 스티븐슨은 버크와 헤어 이야기를 알고 있었지

그의 범죄에 대해 '시체 도둑'이라는 글까지 썼었거든

그리고 그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지킬이라는 캐릭터를 창조했어

지킬이 변한 하이드의 광기를 보면 버크를 똑 닮은걸 알 수 있지

 

 

그럼 의학박사였던 지킬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모델은 누굴까

바로 '로버트 녹스(Robert Knox)' 박사야

해부학을 가르쳤던 녹스는 도시의 명사였고 5백명도 넘는 학생들이 그의 강의를 듣곤 했지

그는 해부를 위해 버크와 헤어가 죽인 사람들의 시체를 모두 사들였어

해부학적 지식을 가졌기에 시체들이 한 방법으로 살해됐다는걸 눈치챘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일부러 모른척 넘어가곤 했지

 

 

소설에서 지킬은 하이드로 변했을때 자신의 해박한 의학지식을 오용하여 살인 판타지를 충족시켜

녹스박사는 '과학의 오용'이라는 부분에서 이런 지킬을 닮아있어

 

녹스박사가 실제로 살던 집엔 해부실이 있었고 그는 뒷문으로 버크와 헤어로부터 시체를 배달받았는데 소설 속 지킬박사의 집이 이와 상당히 유사하게 묘사되어 있어 

뒷문과 해부실이 있는 큰 집에 지킬이 하이드로 변할 때면 이 뒷문으로 몰래 들락거렸지

 

 

글은 여기까지야

 

 

 

 

3줄 요약

 

1. 세계적인 명작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실제 배경은 런던이 아닌 에든버러

2. 지킬박사는 실존 인물인 디컨 브로디, 윌리엄 버크, 로버트 눅스의 짬뽕 창조물

3. 소설 개꿀잼 ㅆㅅㅌ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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