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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신이 있다면 이창호처럼 둘것이다"
-15세때 이창호가 스승 조훈현을 꺽고 우승했을때
푸하하, 맞아서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제자한테 빼앗기는 게 낫다. 내 시대가 백년 천년 가는 것도 아니고. 그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온 것뿐이다. 아내가 가운데서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창호는 원래 말이 없는데다가, 그런 날은 고개까지 푹 숙이고 있으니…. 보통 천재는 반짝반짝 금방 눈에 띈다. 그런데 창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천재’다. 창호는 자기 바둑수순도 잊어 먹는다. 세상에 그런 천재가 어디 있나. 게다가 창호는 당연히 치고나가야 하는 수순인데 갑자기 하수처럼 물러난다. 난 어이가 없어 야단을 친다. 그러면 떠듬떠듬 말한다. ‘그렇게 하면 싸움이 붙고, 그러다가 아차하면 역전 당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물러서면 2, 3집밖에 못 이기겠지만, 결코 지는 일은 없다’고. 맞다. 끝내기는 정상급기사라면 누구나 잘한다. 하지만 창호는 반집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0.7집을 알고 그 수순을 밟아간다. 그래서 결국 한집을 만들어낸다. 평범한 바둑 같은데 볼 건 다 본다.”
진 사람은 반 집에 땅을 치지만, 그런 상대를 보고 창호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물러서서 그런건데, 억울해하실 것이 없는데?』 하면서 말이다.
ㅡ조훈현 (월간조선 02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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