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스팅 할 분은 시라소니입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53년의 여름 한명의 남자가 <동대문상인연합회>간판이 있는 건물로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그 남자는 왼쪽다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뼈가 부러진체 처참한 모습으로 백병원에 실려가게 됩니다.
그 사내는 이북,북경,만주,상해에서 싸움기계로 불려지던 아시아 최고의 주먹 시라소니였습니다.
당시 남한의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시라소니 린치사건> 조선최고의 주먹이라 불리던 시라소니는 이렇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헌데 그안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많은 의혹들과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59년전의 그날로 한번 돌아가보도록하겠습니다.
** 이 글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몇명의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참고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시간이 오래되었고 상황에 따른 당사자들의 이야기들이 약간씩 틀려 모든것을 종합해 재구성 해보았습니다. 어느것이 100프로 맞다고 말씀드릴수는 없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가있던 부산에서 건달들에게 린치당할 위기에 있던 이정재를 구해준 시라소니.
이일로 인해서 시라소니와 이정재는 형,아우 하는 사이가됩니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둘 사이에 금이 가기시작했습니다. 종전후 별다른 직장이 없던 시라소니는 이화룡과 정팔의 명동에서 식객노릇을 하고있었습니다. 당시 명동의 이화룡과 동대문의 이정재는 폭력주식회사라 불리던<건중친목회>와 정치적인일로 서로 못죽여 안달인 앙숙관계였습니다. 어찌보면 이정재가 일방적으로 명동과 이화룡을 적대시 했다고 볼 수도 있지요.
청계천의 수표교가 이들 명동과 동대문의 이른바 군사분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라소니는 달랐습니다. 당시 동대문에는 상인엽합회 회장 이정재와 연예계 대통령이라 일컬어지는 임화수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큰 돈을 가지고 있었지요. 시라소니는 명동뿐 아니라 수표교를 넘어 이곳에서도 이정재와 임화수에게 수시로 돈을 빌려갔지요. 정확히 말하자면 빌려갔다라기보다 그냥 가져갔다라는것이 더 옳은말일것입니다.
이렇게 이정재와 임화수에게 뜯은돈으로 시라소니는 자신과 이북에서 내려온 직장없는 동료들 그리고 과거 KLO에서 함께 생활했던 전우들을 먹여살립니다.
예전의 은혜도 있지만 워낙에 주먹계의 거물급인 시라소니였기에 이정재와 임화수는 명동파에 속하는 시라소니였지만 오는대로 돈을 주곤 했습니다. 허나 문제는 점차 그 빈도가 높아지고 명동과 동대문의 사이가 최악의 길을 걷게되자 이정재를 비롯한 동대문 일파는 시라소니를 태워버리자는 의견이 오가게됩니다. 물론 시라소니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모르고있었지요.
직접찾아가지도 않고 심부름꾼을 시켜 돈을 보내라는 편지를 이정재에게 보낸것은 이정재를 분노케한 결정적 계기가 되어버리고맙니다.
결국 이정재는 심부름꾼을 다시보내 돈을 마련할테니 몇일날 시라소니에게 와서 가져가라고 전달을 하게됩니다.
그리고 날짜에 맞춰 돈을 받으러 사무실에 들어온 시라소니는 돈대신 이정재 꼬봉들의 무자비한 공격을 받게됩니다.
이것이 간략한 시라소니와 이정재 갈등의 원인입니다.
<시라소니 린치사건>은 이정재의 행동대장이었던 유지광의 자서전<대명>에서 적나라하게 표현되고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동대문에 합류한 신참인 유지광은 당시 현장에 있지않았습니다. 유지광은 그당시 상인엽합회 이정재 사무실에서 이정재와 면담을 하고있었습니다. 따라서 유지광의 자서전<대명>에 나와있는 시라소니 린치사건은 잘못된부분과 빠진 부분이 생길수밖에 없었던것입니다.
후에 그 유명한 유지광의 별동부대인 삼우회들어가게 되는 신영민은 시라소니가 동대문상인엽합회 사무실에 들어가기전 접촉했던 인물입니다. 신영민은 시라소니와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제는 몇분 남지않은 당시 삼우회소속의 신영민님과의 2003년 이야기 내용입니다
[그때 나하고 영준이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그때 학생들은 지금하고 달라 죄다 듣는게 깡패들얘기 누가 쎄다는 얘기...듣는게 그런것밖엔 없었으니까 할얘기도 그런것밖에없고 할짓도 그런짓밖에없었지 우리보다 한살많은 성학이형(왕패)이라고 있었는데 나하고 영준이가 그형밑에서 일했어 원래는 그러다 그형이 유지광이 밑으로 들어가니까 우리도 덩달아 들어간거지모.거 들어가니까 좋더라고 완전 우리세상 아니야.......중략
굴레다방이라고 있었는데 아무나 못들어와 이 학생들중에서도 주먹쎈놈들만 들어오지 시원치 않은 것들은 들어올 수가 없거든. 하나의 상징이지 상징. 여름에 친구들이랑 웃통벗어놓고 다방에서 한창놀다가 나가는데 문앞에서 영준이하고 들어오던놈하고 탁 부딫혔어. 덩치들이 좀 있더라고 그때는 유도나 레슬링하는 애들이라고 생각했어 나중에 알고보니까 럭비선수들이더라고 거기서 그쪽하고 우리하고 치고받고 난리가 났지 그렇게 한창 난리가 나있는데 이제 순사(경찰)들이 와서 우릴 다 데려간거야
경찰서 안에서도 서로 죽인다 그러면서 난리치고있는데 저쪽에 운동부 코치인가 감독이가 하는사람이 와서는 럭비부애들을 싹 다 데려가더라고 우리는 전과있는 애들도 좀 있고 그래서 따로 조사를 더 받았지 그러다 순사가 우리를 다 불러모으더니 저사람 따라가래. 그래서 내가 저사람이 누군데 따라갑니까? 그랬더니 무조건 너네는 저사람 따라가라는거야. 그래서 다 그사람 따라서 경찰서 밖으로 나왔지.
나오니까 그 덩치큰 사람이 그래 "너네들 나모르냐?" 그러길레 뭐 우린 모른다고했지 우리가 그 사람이 누군지 어떻게 알어. 그랬더니 "나 동대문 씨름선수 이기만인데 너네 돈벌이 해볼 생각없냐?"그러는거야. 그때 생각이 들더라고 '아 이사람 동대문 건달이구나 이정재 부하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나 친구들,후배들 다 하겠다고 난리를 쳤지. 그랬더니 내일 4시에 상인연합회에 스라손이 오는데 너네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오면은 바짝 태워버려라. 그러더라고 그때 스라손에 대해서는 우리도 어느정도 알고있었어. 솔직히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 그랬더니 영준이가 그래 "아이고 형님 그랬다가 우리다 죽으면 어떡합니까 잘못하다 명동어깨들한테 우리 다 맞아죽어요"
그랬더니 자기네들이 다 책임지는거니까 걱정하지말래. 그리고 5백환씩준데 그러니까 뭐 우리는 다따라갔지 상인엽합회 근처에 있는 여관에서 하룻밤 재워주더라고 그리고 다음날 아침되니까 다른 어깨가 한명 오더니만 시장에서 국밥한그릇씩 사주고 상인엽합회로 데려갔지 사무실같은데 우릴 앉혀놓고 기다리라 그러면서 나가더니 한참 지나도 아무도 안오는거야. 영준이가 "형님 이거 심상치가 않습니다 그냥 나가죠" 그래서 그때 우리가 일곱명이었거든 다 나가려고 일어나는데 어제 만났던 이기만이가 들어오는거야 5백환씩 주면서 앞쪽에 전당포 앞에서 기다리다가 스라손이 오면 반쯤 죽여놓고 사무실로 끌고오래]
이렇게 신영민의 학생주먹패들은 동대문7형제중 한명인 이기만에게 포섭되어 시라소니 린치사건에 가담하게 됩니다.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3시는 넘었을거야 어깨한명이 들어오더니 다 나오라 그러더라고. 뭐 우리는 그때 정신이 하나도없었지 그래서 그 사람을 따라서 사무실 밖으로 나오는데 사무실 문앞에 복도같이된 사무실이 또 있거든 거기 어깨들이 모여있더라고 건너편 사무실은 문이 반쯤 닫혀있었는데 그 안에도 사람모습들이 보이고 말소리들이 들리더라고]
유지광 자서전에는 사무실에서 시라소니를 공격했던 행동대원들이 10여명이라고 적고 있었습니다. 그 생각이 퍼뜩들어 대충 몇명정도가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거기에 있던 어깨들이 시라소니를 공격하기 위해 모인 어깨들일것이기때문입니다. 신영민옹은 복도쪽에만 20여명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잘 기억은 나지않지만 중요한것은 10명은 훨씬 넘었다는것이지요. 아마 건너편 사무실에 있었던 어깨들은 동대문파의 간부급들이었을것입니다.
[어깨를 따라서 모퉁이에 있는 전당포 앞으로갔지. 반대편에 큰 나무가 한개있었는데 그 형님이 거기에 있다가 스라손이 오면 신호를 보낼테니까 죽지않을 만큼 바짝 태워버려 그랬지. 영준이가 가만듣고있다가 "형님 스라손이라고 하면은 듣기로는 중국에서도 제일 잘쳤다고 하는데 단도나 쇠파이프같은 무기들을 구해보겠습니다"하니까 그 형님이 질겁을 해요. 절대 무기들지 말라는거야 맨주먹으로 눕히레 그래서 우리는 알았다고했지. 동대문꼬봉이란 느낌이 안들게 우연하게 시비붙은것처럼 하라 그래서 또 알았다고다고했지.
동대문시장쪽은 좀 시끄럽지만 상인엽합회 건물쪽은 좀 한산해 사람이 드물어 거기다 전당포 모퉁이쪽은 뭐 거의 없다고 봐야지. 그형님이 담배까지 주셔서 피고나서 좀 어슬렁어슬렁 거리니까. 반대편에서 형님이 손짓을하면서 계속 밑에쪽을 가리켜. 슬쩍보니까 한명이 이쪽으로 오고있는데 스라손이라는 말이었지.
우리가 전당포를 끼고 모퉁이를 돌아서 스라손한테 가는데 영준이하고 후배 두명이서 앞서 걸어가고있었거든 영준이가 어개를 툭 부딫히면서 욕을해댔지. 우리는 뒤에서 뭐야뭐야 하는식으로 스라손한테 시비를 건거야.]
후에 삼우회에 가입하게 되는 신영민과 원영준을 포함한 학생패 7명은 시라소니린치사건의 시초였다. 당시 암호명은 1차 저지선.
그 자리를 모면하려는 시라소니에게 학생패들은 끈질기게 따라붙었고 원영준이 시라소니를 다시 돌려세운후 첫번째 주먹질을 했지만 나가떨어진것은 원영준이었다고 한다. 그것을 시초로 신영민과 학생패들이 시라소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무리인 싸움이었다.
요즘사람들은 그런다고한다. "한명에서는 두명도 못이겨 시라소니 얘기는 다 뻥이야 뻥" 하지만 배운거 없고 일자리 없어 밥굶어먹던시절 가진것은 몸뚱아리뿐이라 여기저기에서 싸움박질하며 살아온 격동에시대 주먹들은 요즘같은 건달들하고는 질적으로 달랐다. 싸워서 이겨야만 대접받고 살아남는 시대였다.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싸워야했고 단련해야했다. 싸움은 그들의 직업이었고 승리는 스펙이었기때문이다. 그럴때마다 기술은 더욱 발전해갔다.
수많은 거물급들, 그리고 말도 안되는 싸움을 승리로 이끈 스펙의 시라소니에게 학생패들은 도저히 상대가 되지않았다.
하나 둘씩 나가떨어졌다. 신영민은 마지막으로 시라소니의 발에 턱쪽을 가격당한후 잠들었다고한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2부로 넘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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