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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궁시렁 궁시렁

동대문 포위사건[청년단]

by 멀리던 2020.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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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7월30일 시천교 교당에서 자유당 창당동지 발기대회가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자유당내에 자유당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모임이었고 타의로 자유당에 입당했던 김두한이 그명단에 포함되었음은 물론이다.

자유당을 반대하는 모든집회와 연설을 까부수라는 명령을 받고있는 유지광과 삼우회가 창당대회를 그냥 보고있을리 없었다.

하지만 이정재는 유지광에게 보턴을 누르며 말했다. "사돈 내일은 나도 갑니다" 

한때 조선 최고의 주먹이라 불리었던 김두한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별일 아니라 생각했던 유지광도 그안에 김두한이 속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화들짝 놀란다.

공식적으로 해단식을 가진것은 아니지만 국회의원이 되고서도 체면상 주먹들과 가까이 할수있겠냐는 주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김두한은 가지고있던 주먹부대를 해산시켰다.

김두한의 청년단 별동대에서 맹활약했던 아오마스 심종현이 김두한의 뒤를이어 종로를 물려받았고 김두한의 동지들이었던 기존의 원로 우미관패들은 각자 흩어져 살길을 찾거나 다른 주먹사단에 들어가게되었다.

거느리고있던 주먹부대 하나 없던 김두한이지만 그 밑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이정재에게 김두한은 상당히 두려운 존재였다. 유지광을 보내는것으로는 마음이 놓이질 않았던것이다. 아울러 이참에 본인이 직접나서 확실하게 우위에 있다는것을 모든 주먹부대와 야당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것이다.

 

이정재를 호위하기위해 유지광은 삼우회중에서도 이목구비가 좋은 강펀치들만 30명 골라 그중에 12명은 총기무장시켰다.

나머지는 잭나이프와 손도끼,쇠파이프로 무장시켰다. 임화수,조열승등도 자기 직계 정예들을 끌어모아 총 120여명의 호위아래 이정재는 시천교를 향해서 차를몰았다.

 

여기서 일화가 한가지 있다. 바로 서대문이다.

삼우회에 속해있는 서대문의 오야붕 최창수도 5명의 주먹들을 유지광에게 배속시키기 위해 행동대장급 5명을 사무실로 불렀다.

돼지 신정식,김대봉,가네 조, 창희,김삼수 이렇게 5명의 강펀치들이 선발되었다.

이들이 최창수의 연락을 받고 사무실에 도착하였고 그 자리에서 최창수로부터 다음날 유지광을 지원해 김두한이 속해있는 창당동지회를 까부수라는 명령을 받게된다.

비장한표정의 행동대장들과는 달리 김삼수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있었다.

삼우회가 모두 합류해 시천교로 출발직전 삼수는 신정식에게 말했다.

"난 빠진다" 이유를 알던 신정식은 핑계를대며 서대문지원병력 전체를 회군시켜버린다.

이는 나중에 큰 문제가 되기도했다.

 

어찌되었던 120여명의 특공조는 이정재를 선두로 시천교에 도착했다.

종로 경찰서  김태홍 경위가 이미 100여명의 경찰들을 동원해놓고 이정재가 대회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리면 대회를 해산시켜버릴 준비를 갖추고있었다.

그들은 이정재 주먹사단의 대의원증도 확인하지않고 그들을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동대문파는 강당의자에 자리를 하고 앉았다. 김철수 사회자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은 나가주시오"라고 소리치자 이정재는 "자유당이 있는데 창당동지회는 어느당을 말하는것인가 " 라고 소리치고 연단으로 뛰어올라 마이크를 나꿔챘다. "사회는 내가 보겠다"

이정재가 말하자 대회장이 왁자지껄 소란스러워졌다. 그때 그들의 목소리를 앞도하는 목소리가 온 강당에 울려퍼졌다.

"야 정재 너 당장 꺼지지못해?" 김두한 의원이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어깨들에게 기가죽어 자기들끼리 왈가왈부하던 의원들 속에서 김두한만이 호통을 친것이다.

하지만 이정재는 과거 김두한의 꼬봉 이정재가 아니었다. 커도 많이 컸을 시기였다.

"김두한 너 까불지마"

나이는 이정재가 한살 많지만 주먹 족보로 치면 이는 완전한 하극상이었으며 배신이었다. 하지만 각자 살기위해 일어나는 주먹사회의 이와같은 일은 어쩔수없는 일이라 할 수있겠다.

 

"너이 개XX"

김두한이 달려나왔다. 이정재의 양복을 움켜쥐고 오른손 주먹을 들어올렸다. 씨름 천하장사 출신인 이정재는 곧바로 상체를 낮추며 김두한의 허리띠를 오른손으로 잡고 왼손으로 어깨를 움켜잡았다.

맞불이었다.

김두한의 주먹이 이정재의 면상을 불과 몇십센치 앞두고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둘은 그상태로 2~3분간 대치했다. 김두한을 따르는 청년당원이나 이정재의 동대문 주먹사단중 어느누가하나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주위의 모든눈은 연단을 향해있었다.

유지광과 포병(권총부대)는 손으로 총을 가리고 모든 총구를 김두한을 향해 겨누었다. 김두한이 오야붕의 면상을 내리치기라도한다면 즉시 발포할 태세였다. 

하지만 둘은 석상이라도 된듯 그자세에서 꼼짝도하지않았다.

평화신문 김정래 기자가 김두한과 이정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김태홍 경위가 연단으로가 둘 사이에 끼어들어 김두한과 이정재를 갈라놓았다.

긴장이 풀리자 유지광과 동대문 사단은 의자들을 엎으며 동지회 무효를 외쳐댔고 경찰은 치안유지가 곤란함을 핑계로 즉시해산을 요구하며 김두한의 청년당원들과 동대문 주먹사단의 접촉을 막으며 의원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그때까지 김두한과 이정재는 연단에서 서로노려보며 내려오지않았다.

다음날 평화신문을 비롯한 모든 신문에는 김두한과 이정재의 일촉즉발 기사가 톱으로 실렸다. 

이것이 그 유명한 시천교 사건이다.

 

아마 여기까지는 아는 사람도 많을것이다. 허나 격동의시대 주먹세계 판도를 뒤엎을만한 사건이 다음날밤 일어날뻔하였다.

그날 창당동지회는 강제해산을 당하고야말았다. 김두한은 몇몇 의원들과 선술집에서 술을 먹었고 사무실에서 잔뒤 아침에 기사를 읽었다.

이 엄청난 기사가 신문 1면에 났으니 주먹세계가 뒤집어진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이정재가 시라소니를 깨뜨리고 김두한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고 항간에는 이정재가 김두한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했으며 더 나아가서는 조만간 이정재가 김두한의 아구창을 돌려버릴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홍만길이 찾아온것은 시천교사건 다음날 12시경이었다. 아침에 일을보고 사무실에 들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모두 돌아간뒤 비서와 점심식사를 하려 나가려는 찰나였다.

 

"아니 너......너 이놈 만길이 아니냐"

 

김두한이 주먹부대를 해산시킨후 미군정의 군수물자를 불하받아 경매처분하는(건중친목회는 아님)사업을 시작해 제법 많은 수입을 올린 사업가로 변신한 과거의 부하인 홍만길이 뜬금없이 찾아온것이다.

 

"오랜만입니다 큰형님 너무 오랜만에 찾아온것같아서 죄송합니다"

 

"아니다 이놈아 사업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저기모야 우리 지금 식사하러 나가던 길인데 안먹었으면 같이가지"

 

"네 좋습니다."

 

시장 국밥집에서 밥을 먹으며 옛날 추억을 이야기한뒤 일행은 다시 사무실로 들어왔다.

 

"형님 저 따로 드릴것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비서관 눈치를 보았다.

 

김두한이 비서관을 밖으로 내보냈다.

 

"무슨일인데 그래"

 

"그런게 있습니다"

 

"허참 사람하고는"

 

얼마나 지났을까 홍만길의 부하로 보이는듯한 사람이 양손에 큰 백을 들고 들어왔다.

 

"형님 같이 일하는 동생입니다 제가 형님 드릴게 있어서 가지고 오라했습니다 이쪽에다 놓고 앉아라"

 

홍만길이 백을 탁자에 올려놓자마자 돈뭉치가 우루루 떨어졌다.

 

"이거 돈아니야 이렇게 많은 돈을 가져온 이유가모야"

 

"형님 어제 사방팔방에서 옛날 동생들하고 청년당원들 전화받느라 죽는줄알았습니다. 이정재가 언제적 이정재입니까 큰 형님 아니 의원님 이제는 빨갱이 때려잡을때부터 돈이 있어야 큰일도 할 수있는걸 보지않았습니까. 이걸로 주먹들을 모으십시요. 이정재 그노무자식이 다시는 얼쩡거리지 못할정도로 애들을 모아서 붙이셔야합니다."

 

" 너 임마 도대체 뭔소리야"

 

" 아니 형님 그러니깐요....."

 

김두한이 홍만길이 한창 이야기 설전을 벌이고 있을때 홍만길의 꼬봉이었던 김민수와 김두한 연락책이었던 영수가 찾아왔다.

 

"아니 이놈들이 웬일이야 오늘 다 약속이라도 한건가 앉지"

 

영수와 민수가 김두한과 홍만길에게 인사를 하고 앉았다. 한창이야기를 하다 민수(휘발유)와 영수도 돈봉투를 꺼내놓으며 홍만길과 같은이야기를했다.

김두한은 뭔가 일이 잘못되어간다는걸 조금씩 느꼈다. 자신의 옛부하들이 자신에게 주먹부대를 만들어 이정재를 막고 복수하라고 말하려하고있는것이다.

 

김두한은 이들의 돈을 거부했다. 하지만 뒤를 이어 이상욱(종로꼬마)과 김관철이 들어왔다.

김두한과 김관철은 뒷끝이 좋지못했다. 건중친목회일로 김두한이 홍영철편을 들어주며 물러나지 않으려는 김관철에게 건중에서 손을떼라고 위협사격을했고 김관철은 김두한을 떠난뒤 자유당이 사주한 경찰과 술자리에서 완전히 취해 인사불성이 된상태에서 뭐가뭔지도 모르고 김두한 고소장에 도장을 찍었던것이다. 그일로 김두한은 의원직을 박탈당할뻔하였으며 야당을 하기 원했던 김두한은 자유당에 들어온다는 조건하에 의원직을 이어갈 수있었다. 

이러한 일이있었던 김관철이 불쑥찾아와 김두한에게 무릎을 꿇고 빌고있는것이다.

 

" 임마 그건 니가 모르고 그런거 아닌거 다 알어 그때 경찰서에서 다 얘기 끝났잖아 너 왜이레 갑자기"

그후 박철수(망치),이길준,백만호등 과거의 거물급 옛부하들이 차례로 들어왔고 이후에도 저녁까지 옛부하,청년단원등 김두한밑에서 일했던 주먹들이 속속히 사무실로 찾아와 사무실은 어깨들로 차고넘치는 상황이되었다.

얼마후에는 조희창이 찾아왔고 과거 김동진에게 쑥대밭이되며 이정재에게 강제로 충성을 요구당했던 영등포는 새로운 오야붕의 행동대장 몇명이 오야붕 모르게 찾아와 거사를 일으키면 돕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김영태는 왕십리오야붕 최필을 데리고 왔고 신진과 그의형 닷또상 신영균도 찾아왔다.

 

김두한으로서는 기가찰 노릇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돈을 건네며 김두한에게 주먹부대를 만들라고 이야기하고있었다. 김두한은 돈을 받지않고 끝까지 이들의 청을 거절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옛동료들과 전국에 퍼져있던 과거 청년단 별동대 단원들을 대거 상경시킨뒤 수십대 트럭에 실고 YMCA건물,서대문,종로3가등에 이미 포진시켜놓은 상태였다.

과거 부하들과 청년단원들은 총으로 무장한자들도 부지기수였으며 광화문,서울역 등지에도 보턴만 누르면 바로 무장한체 트럭에 오를수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추어놓은 상태였다.

뿐만아니라 이미 명동의 이화룡에게 전화를 넣어 협공을 약속받아놓은 상태였다. 이정재가 김두한을 찍어누르려했다는것은 명동을 움직이게하는데도 충분한 명분이 있었다.

더군다나 시라소니린치사건과 황금마차사건으로 동대문에 대한 감정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들의 제의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명동은 즉각 움직여 중앙극장과 수도극장, 시공관의 병력을 모조리 끌어모아 전원 청계천에 대기시켰다.

 

이 모든것을 총괄한것은 신영균이었으며 모든 상황을 보고받느라 가장늦게 도착한것이었다. 홍만길과 김관철등이 이미 인맥을 이용해 전날과 당일 아침 모든곳에 연락을 취해놓은 상태였다.

이제 김두한의 승낙이 떨어지고 각 대기하고있는곳에 신영균과 홍만길등이 연락을 넣으면 동시다발적으로 삼우회에 대한 무차별 보복이 이루어지는것이었다.

동대문 역시 대비를 하지 않은것은 아니었다. 동대문이 전원비상이었던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으며 서대문,종로,소공동,광화문까지 삼우회의 구역전체와 추종세력들의 지역까지 전부 비상상태로 대기하였다. 그들도 시천교의 일로인해 사방에 깔린 김두한 추종세력들이 무슨짓을 벌일수도 있다는 생각을한것이다. 다만 종로만이 이정재와 김두한이라는 이름 사이에 끼어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여러 주먹들과 과거 대한민청 청년단원들의 요구에도 김두한은 움직이지 않았다. 김두한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들은 삼우회를 공격할 명분이 없어지고만다.

김두한의 반대를 무릎쓰고 공격을했다간 경찰과 공생관계인 동대문과의 대결에서 어쩌면 끝장을 보기도 전에 모두 연행될수도있는것이었다.

허나 김두한이 명령을 내렸다고 삼우회에 통보한다면 관례상 그들도 경찰의 힘을 빌리지않고 자력으로 대결하여야 할것이다. 물론 시끄러워지면 경찰이 관여할수도있겠지만 동대문 입장에선 김두한과의 대결에서 경찰손을 빌렸다는 오명을 듣지않길 바랄것이다. 따라서 맞불작전이 되는것이다.

또한 자유당 김두한이 자유당 감찰부차장인 정치깡패 이정재를 혼내주기위해 주먹으로 응징했다.라는것은 명분상으로도괜찮은 일이었다.

 

허나 김두한은 사무실에 몰려온 그들에게 호통을쳤다. 아무리 부탁하고 설득해도 김두한은 움직이지않았다. 오히려 일을 크게벌린 주동자격인 신영균과 홍만길을 크게 나무랐다.

밤11시경까지 언쟁을 벌이던 김두한은 이제 그만하자는 식으로 전인원 당장 상황해지를 신영균에게 강력히 독촉했다.

5시경부터 준비를 하고있던 부대들도 이미 기다리다 지친상태였다.

신영균과 홍만길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꼬봉들과 함께 전화통을 붙잡고 이곳저곳 바쁘게 전화를 걸어댔다.

하나둘씩 철수 요청이 떨어지고 사무실에서 긴장하며 대기를 하던 옛부하들과 청년단원들도 하나둘 김두한에게 인사를 하며 떠나갔다.

12시가 훌쩍 넘은시간이 되었을때 모든 상황은 해지되었고 삼우회를 포위했던 모든 포위망은 풀렸다.

왕십리 김대성이 승리하면 마시려고 가져왔던 막걸리들을 풀자 김두한과 옛부하들은 그자리에서 술을마시며 분을 삭히는수밖에없었다.

김두한은 다시는 이런일을 만들지말라고 신영균과 홍만길에게 엄히 경고했다.

그들은 그말을 새겨 이후 국회휴게실사건,장충단테러사건에도 이정재에게 보복하려던 주먹들을 적극만류해 적어도 김두한이 국회의원신분일때는 김두한과 주먹을 연관시키지 않으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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