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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궁시렁 궁시렁

김두한과 정진룡 [시대가 낳은 비극] -1

by 멀리던 2020.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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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마고우란 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보통의 친구가 아닌 죽마고우....참 말은 쉽지만 자신의 주위에 이 죽마고우란 말을 쓸수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쉽고도 어려운말 죽마고우,,,,,누구보다 죽마고우란 말이 어울렸던 두명의 남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65년전 그들이 쌓아올렸던 죽마고우라는 금자탑은 결국 무너지고맙니다.

 



(죽마고우 김두한과 정진룡) 

 

김두한과 정진룡....1918년생으로 동갑내기인 이들이 처음 만난것은 1926년 12월 수표교에서다. 

사실 이들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알기란 쉽지않다. 말 그대로 목격자가 없기때문이다. 둘의 어렸을적 이야기는 둘만이 알 수있는 이야기인데 직접 이야기를 듣지도 못했고 이제는 두분다 이세상 사람이 아니니 더더욱 둘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알기란 쉽지않은 일이다. 

그들의 예전 얘기를 들었던 제3자의 희미한 기억에 의지하는 수밖엔 도리가 없다.

 

노변야화에 나온대로 김두한을 보살피던 원노인이 죽은후 김두한은 또 다시 오갈데 없는 처지가 되고만다.

요시찰에 걸려 함부로 돌아다닐수도 없는 김두한이 갈 수 있는곳이라곤 아무곳도 없었다.

종로 시장통과 조선극장 주위를 어슬렁 거리던 김두한은 수표교에서 정진룡을 만나게 되고 그것이 그들의 기이한 운명의 시작이었다.

다 허물어져가는 거지촌 판잣집이지만 정진룡의 배려로 김두한은 그곳에서 함꼐살게되었다.

당시 또래 거지들 중에선 주먹대장이었던 정진룡은 깡다구 좋은 김두한이 썩 마음에 들었었다. 김두한도 동갑내기 친구인 정진룡의 도움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둘은 선술집이나 시장 등지에서 음식을 빌어먹거나 극장주위에서 영화 홍보를 해주기도 하였다. 그댓가로 그들은 공짜 영화도 가끔 볼 수있었다.

14살이 되면서 이들은 거지촌을 빠져나와 본격적으로 극장에서 일을 하기시작했다.

처음에 그들이 일하게된 극장은 단성사였다. 단성사를 비롯하여 조선극장,우미관등 여러극장에서 영화홍보를 하였는데 그중 단성사에서 이들을 정식 홍보악단에 들어가게 해준것이다.

직원의 배려로 극장옆 조그마한 판잣집에서 살게되었지만 돈벌이를 할 수있고 공짜영화도 볼 수있다는 생각에 김두한과 정진룡은 열심히 일을했다.

1934년 어느덧17살의 신체건장한 청소년이 된 김두한과 정진룡이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궁핌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징진룡은 부자들을 볼 때마다 이런말을 했다. "다 똑같이 잘사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 그런날이올까?"

김두한과 정진룡은 임화수처럼 약지를 못했다. 그저 현실에만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그러던 가을경 큰일이 터지고야말았다. 이른 저녁 종로시장통에서 국밥을 먹던 김두한과 정진룡은 밥값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자 주인과 실랑이가 붙었고 마침 그곳에서 밥을먹던 어깨 두명에게 구타를 당하게 되었다.

 

얼마동안 두들겨맞던 김두한은 갑자기 달려들어 어깨두명을 날려버리게되고 마침 지나가던 야시장 관리 어깨들이 이 광경을 보게된다. 그중에는 종로2가 오야붕(김기환)도 있었다.

김기환은 이들을 두들기려는 어깨들을 막으며 김두한과 정진룡을 불러 한바탕 혼을냈고 이들에게 맞은 어깨들에게 사과하라 시켰다. 그리고 꼬봉들을 시켜 얻어맞은 어깨들과 김두한일행이 먹은 밥값을 계산해준뒤 김두한과 정진룡을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어린노무 새끼들이 주먹좀 쓰는구나 내밑에서 일해라"

극장일을 하며 건달세계를 동경하던 김두한과 정진룡은 선뜻 제의에 응했다.

그들은 어깨들의 뒤치닥거리를 하는 꼬봉으로 주먹생활을 시작하였다.

생활도 나아져 어깨들이 모여사는 관철여관에서 살게되었으며 먹는것과 입는것도 걱정없게되었다.

어린시절과 수표교,단성사 시절까지 운동을 꾸준히 했고 사람치는 기술을 연습해온 그들은 시장통에서 행패를 부리는 부랑아들을 두들기는 일도 맡게되었다.

 

그리고 9월 김두한과 정진룡은 동료들과 조선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그때 극장 구석에서 일하는 어린애들이 구타당하는 모습을 보게된다.

구타하던 사람은 극장기도들의 오야붕이라 불리던 구마적이었다. 17세의 혈기왕성했던 김두한은 당돌하게 구마적에게 맞장을 요구했고 구마적이 이에 응하면서 둘은 더 으슥한곳으로 향했다.

정진룡과 일행들, 그리고 구마적 꼬봉 몇명이 지켜보는가운데 둘은 맞장을 떴으나 싸움은 싱겁게 김두한의 발길질 몇방에 그만 구마적이 잠들어버리면서 순식간에 끝이나버렸다.

다음날 종로통은 김두한이 구마적을 때려뉘였다면서 난리가 났다. 대다수는 극장가에서 횡포를 부리던 구마적이 얻어맞은게 고소하다는 반응이었다. 잘모르는 일반인들은 종로의 청년 오야붕인 김두한이 구마적을 눕혔다고 떠들어댔다.

주먹세계에 위계질서를 순식간에 뒤바꾼 이 사건은 일대 풍파를 몰고왔고 김두한은 김기환에게 한바탕 꾸중을 듣게된다.

하지만 어찌된일인지 그 다음날 구마적과 그 측근들은 종로통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바짝 긴장하고있던 김기환은 다음날 어깨들을 불러모아 조선극장과 우미관을 선제 공격했다. 꼬봉들만 남아있던 우미관과 조선극장은 김기환의 주먹패에게 순식간에 제압당했으며 구마적이 종로통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듣게되었다.

이일로 인해서 김두한은 종로통을 완전히 휘어잡은 김기환의 오른팔이 되었으며 기존의 꼬봉에서 순식간에 행동대장급 위치를 갖게되었다.

김두한은 정진룡을 자신의 직속으로 두어 정진룡의 신분도 상승시켜주었다. 어리지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능력이 탁월했던 김두한은 자신만의 별동대를 점점 불려나갔다.

정진룡은 김두한의 돌격대장으로 활약하며 상경한 호남지역 오야붕들인 아오끼,마도등을 때려눕혀 부하로 삼았다.

김두한과 정진룡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으로 세를 불려나가고있었으며 그 세력은 종로부대의 6~7할을 넘어가고있었다.

 

그러던 1935년 초 김기환이 일본군인들이 마시던 맥주에 오줌을 탄 사건이 터졌다.

종로회관에서 술을 마시던 일본군인들이 종로주먹패들이 들어서는것을 보자 취김에 김기환을 불러 맥주를 따라올리라고 객기를 부렸다.

김기환은 화장실을 갖다와서 따르겠다고 한후 가는길에 웨이터에게 새로운 맥주병을 받아 모두 쏟아버린뒤 자신의 소변을 체운체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맥주가 떨어진것 같아 새로 가져왔습니다. 한잔들 따라올리겠습니다."

김기환은 소변이든 맥주를 일본군들의 맥주잔에 따랐다. 술에취해 정신이 없던 군인들은 소변인줄 모르고 그것을 넙죽 받아마셨고 마시고 나서야 뭔가 이상하다는것을 알아차리고는 김기환에게 달려들려 하였으나 김기환이 먼저 공격하여 술에 취한 군인 4명을 무자비하게 때려눕혔다.

순식간에 종로회관은 난장판이 되었고 김기환과 부하들은 잽싸게 자리를 떴다.

 

허겁지겁 우미관에 돌아온 김기환은 앞이 막막하였다. 총살감에 해당하는 짓을 저지르고 만것이다. 경성에서 떠나야 하는 김기환은 서둘러 주먹부대를 전부 소집했다.

다른곳에 있던 김두한과 정진룡등도 황급히 우미관으로 달려왔다.

김기환은 부하들이 전부 모이자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입고있던 외투를 벗어 김두한에게 입혀주었다.

 

"이제부터 오야붕은 김두한이다. 잘 모셔라"

너무도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었다. 김기환은 얼마후 종로회관에 같이있던 간부급 주먹몇명을 대동하고 서둘러 떠났다.

김두한과 정진룡은 너무도 순식간의 일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그들은 곧 느꼈다. 자신들의 시대가 왔다는것을......

 



말이 길어졌네요... 


2부에서 다시 포스팅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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