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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궁시렁 궁시렁

김두한 vs 마루오까의 싸움의 진실은?

by 멀리던 2020.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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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분들이 김두한과 이시이의 잇뽕에 대해서 궁금해하여 오늘은 그에대한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자칫 많은 사람들이 전설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김두한의 굴욕아닌 굴욕의 일화가 될것 같아서(이 일을 아는 많은 증언자들도 함구한 사건)조금 망설였던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신이 아닌 인간이 겪은 일화에 대해서 말하는데 뭐 굳이 그럴것까지야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그냥 포스팅하기로 한다.


사실 그 유명한 김두한과 마루오까의 잇뽕에 대해서 본인도 상당히 궁금해 하였던바 이 사실을 나름 심층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여러노력을 기울였지만 아무도 마루오까란 인물에 대해서 알지를 못하였다.

증언 확보가 되지않은 관계로 자료라도 구하기 위해 과거 백방을 뒤졌지만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물음표이다.

아마도 당시 마루오까라는 인물이 김두한과 싸웠다는것은 사실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는것이 내가내린 결론이다. 아니 마루오까란 인물이 실제 있었는지 자체가 불투명하다.

역으로 이 일화에 대해서 알고계신분은 가르침을 부탁드리고싶다.


조심스럽게 이렇게 생각해본다. 김두한과 마루오까의 대결은 주작이며 실지로 그와 비슷한 김두한과 이시이의 싸움을 마루오까라는 인물을 대입시켜 과장되게 미화한 썰이 아닐까...

이 이시이와 김두한의 일화는 어찌보면 마루오까썰과 닮은듯 안닮은듯 꽤나 묘하게 비슷한점들이 더러있다.

이제 잠시 2020년은 잊고 시계를 돌려 1945년 1월 겨울로 돌아가보도록하자.


서두에 이야기했듯이 김두한과 관계되었던 주먹패들은 이일에 대해서 증언을 회피하거나 모르세로 일관하였다. 뿐만 아니라 영웅이 되어버린 김두한으로 인해 후에 덕을본것에 대해 피해를 줄까 부담됐는지 이에 관해서는 이후 김두한과 적대적관계에 위치했던 주먹패들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바이다.


하지만 딱 두명의 증언자, 과거정보에 대한 많은 도움을 주었던 김두한 보디가드 김병수의 꼬봉출신 오xx와 종로 이정목 이시이의 사무실 두블럭여 떨어진 곳에서 작은 주점(전과 막걸리를 파는)을 하였던 한씨이다.

이 두분의 증언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보도록 하겠다.


한낮이지만 겨울의 절정으로 인해 쌀쌀하던 1945년 1월. 한 사내가 건설현장비스므리한곳의 식당으로 향하고있었다.

그 현장은 반도의용청년단이 일하던 현장이며 막 점심시간을 알리는 노래소리가 울리고 간부,인부 할것없이 현장에서 일하던 모든 주먹패들이 식당으로 들어가 한창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점심식사를 하던 순간이었다.

약175~177정도되는 키에 깡마른체격, 볼품없어보이는 낡은 정장비스므리한 복장에 빵모를 눌러쓴 사내가 식당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왁자지껄하게 떠들던 주먹패들의 눈이 하나둘씩 문쪽으로 향하고 마치 그들의 눈은 매직아이를 보듯이 식당에 들어서던 사내에게 얼마안가 모두 집중되었다. 어느순간 조용해진 식당.

"밥 먹는데 찌부가 여긴 웬일이야" 일부 주먹패들이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 사내는 식당을 가로질러 간부식탁으로 향했고 말없이 다가오는 사내가 너무 근접하자 김병수와 김삼수가 막아섰다.


"허 정말 경찰인줄 알았다니까 그때는.... 아주 바짝 긴장했지.....이하생략"

-오XX 증언  이시이 관련부분 발췌-


김삼수와 김병수가 가로막긴했지만 감히 순사에게 물리적 접촉을 가할수는 없으니 그저 어설프게 병풍만 치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은 없었다.


"그때 그자리에 다있었어 김두한이도 있었고 무언이(이부기 혹은 이부귀로 추정), 병수,삼수,만길이,진룡이,개고기(털빠진개고기)....이하생략"

"그래 이제 그 앞에 와서 턱하니 서있으니까 [뭐요?]하면서 김두한이가 주춤해요. 또 순사가 시비걸로 온줄알았지 아주 눈에 가시였거든 우리가. 징용끌려가야할놈들이 여기서 호의호식하고있다 이거야.

[순사계에서 무슨일로 나오셨습니까]하고 삼수가 정중히 물어보니 그 양반이 어리버리한 조선말로다가 [나 경찰아니오] 하는거야 허허 당황했지. 다 이사람 순사인줄 알았거든]


도대체 이 사내는 누구이고 왜 주먹패들은 이사람을 경찰로 알았고 경찰이 아니란 말에 당황했던걸까?

스토리를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이 사내는 이시이라는 일본사람인데 30년대말 종로 이정목에 가게를 얻어 도자기 파는 장사와 아울러 경찰서에 수시로 드나드는 일을 하였다. 종로뿐 아니라 다른경찰서에서도 자주 목격되었다고 하였던바 알고보니 경찰서에 필기구나 종이등을 납품하는 유통,소매업체 사장이었던것이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서대문에도 이런 작은 사무실이 하나 더있다고 하는 썰이 있긴했다.

주먹패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유치장을 들락거렸으니 문구,잡화등을 경찰서에 납품하고 순사들과 커피한잔씩하고있는 이시이를 순사로 오해했고 그날까지도 그렇게 알고있었던 것이다.


이시이는 한씨의 주점에 식사도 하고 막걸리도 마시러 자주오는 단골이었는데 이 한씨의 증언을 토대로 이시이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상당히 괴짜적인 기질이 있는 사람이었다.

나이는 당시 약35~6세쯤 되었는데 말주변이 상당히 좋았고 성격이 호탕해서 주변인들과 잘 어울렸고 주위에 사람이 많았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대한제국에 대해 상당히 흥미를 느껴 스스로 별도의 조선이름도 가지고 있었는데 이름이 오종우 혹은 오종수로 불렸다고한다.

일본인 조선인 가릴것 없이 모든 사람들과 유대를 맺고 친분을 맺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서대문에서 보냈다고 전해진다.(아마도 그쪽에 좀더 많은 거래처가 있었을것으로 추정되며 양쪽 사무실겸 가게에 직원들도 좀 있었다고 전해진다. 종로쪽의 가게는 일본인,조선인 직원들이 같이 근무했다고도 전해진다)

아무튼 이런 이시이의 또 다른 괴짜기질이 발휘되었으니 그것은 무도,싸움같은것들에 관심이 상당히 많았다는점이다. 물론 어엿한 회사 사장이니 주먹패들처럼 아무나 두들겨패고 돈뜯고해서 쇠고랑찰짓을 할 정도로 개념없는 인물은 아니었고 스스로 운동을하고 몸을 단련시키며 도장에서 대련시합하는것을 퍽 즐겨했다고 전해진다. 기초는 가라대였고 후에는 복싱에 심취해있었다고하니 그때즈음부터는 경성에 주먹쟁이들에게 관심을 갖는것은 당연한 수순이라 보여질법도하다.

거래처, 상인들에게 주먹패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꽤나 흥미로워했고 길거리에서 쌈박질이 일어나면 만사 제쳐두고 넋나간듯 구경하곤 했다고 한다.

아무튼 이 이시이는 김두한의 주먹이 그렇게 쎄다는 풍문들을 듣고 그렇게 김두한에게 시합을 제안하려는 괴짜적인 발상을 갖고 현장에 나타난 것이다.


"그러더니 이 양반이 [그쪽이 김두한이라는 분이요?]하니 김두한이 [내가 김두한인데 무슨일이오]하니까 대뜸 나랑 주먹시합한번 합시다 이러는거야.....이하생략

자기가 경찰서에 시합한다고 다 이야기 해놨으니까 우리가 주먹질한다고 잡아가거나 하지 않는다는거야. 그냥 뭐 재미있게 주먹시합한번 하자는거야 허허 이런 사람이 있나"

-오XX 증언 이시이 관련부분 발췌-


오씨의 증언과는 다르게 이후 한씨가 이시이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경찰에 먼저 시합한다고 이야기한게 아니라 김두한에게 먼저 시합을 요청하고 경찰서에 오늘밤 10시에 김두한이랑 운동시합하니 와서 구경하라고 떠벌리고 다녔다는것이다 

어찌되었건 이 어처구니없는 제안을 거절하지도 수락하지도 못할 입장에 놓은 김두한은 꽤나 당황했다고한다.

여기서 김두한의 특징이 잘나타나게 되는데 김두한은 자신이 봐왔던 사람이나 알고있는 사람에게는 먼저 시비를 걸거나 도전하는 이들을 흔쾌히 받아줬지만 전혀 모르는 미지의 인물들이 들이댈때는 약간 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것이다.


대단히 어처구니없는 상황속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김두한은 승낙을 해버렸고 그자리에서 일어나 이시이와 싸우려는 털빠진 개고기를 무언이가 억지로 주저 앉혔다.  

오XX의 증언으로는 당시 이시이가 어처구니없는 행동은 했지만 말투는 상당히 예의가 있었고 목례도 자주했다고 기억한다.


이시이는 그렇게 식당을 나와 직원들을 시켜 밤10시에 야시장 입구에서 자기와 김두한이 주먹시합을 한다고 동네방네 떠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영화나 드라마는 군중들이 모인 상황에서 두명이 1:1로 잇뽕하는 장면이 거의 병적으로 많이 나오지만 실지로는 거의 딱 이날 하루가 그런 FM장면이 연출되었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수많은 청년단 주먹패서부터 시장상인들 학생들까지 이 흥미로운일에 구름인파가 모였고 자전거나 차량통행이 어려울정도로 현장이 북적댔다고한다.

심지어 실제로 경찰들, 도박쟁이들까지 보였는데 라스베가스 짝퉁판처럼 실지로 이들이 이 일에 도박을 하는모습이 포착되었다고도 전해진다


그렇게 가운데에 이시이와 김두한 두명만이 섰다.


"그 일본애(이시이)가 아주 외소해, 말라비틀어진 나무있지 그거처럼 빼빼말랐어. 뭐 한방에 저 정신병자같은 일본놈 나가떨어질줄 알았지. 근데 그놈이 잘치더라고.......이하생략"

"탁 치고 뒤로 확 도망갔다가 또 들어와서 탁탁치고 아주 영리하게 싸워. 그 일본에 떨어진 미사일(핵폭탄)이 김두한이 얼굴에 떨어진것처럼 아주 얼굴이 시뻘게졌어.....이하생략"

-오XX  증언 이시이 관련부분 발췌-


이시이는 가라대와 복싱기술을 십분 활용해 이를테면 철저한 아웃복싱으로 일관했다.

김두한이 저돌적으로 들어가면 잽 비스므리한 주먹을 툭치고 빠지고 또 기회가 보이면 빠르게 원투치고 빠지고 꽤나 빠른 스피드로 빙빙돌며 겁나게 괴롭혔다.

안면에 하도 클린히트를 얻어맞아 뭐 거의 피범벅에 얼굴전체가 시뻘겋게 변한상태에서 꽤나 흥분상태에 다다랐던것 같다.

다행히 이시이가 강펀치는 아니라 단박에 김두한을 누이지는 못했지만 춤추듯이 계속 빙빙돌며 싸움자체를 엄청난 장기전으로 끌어 계속 데미지를 주는 싸움으로 전개되어갔다.

계속 그렇게 장난질 하듯이 돌자 흥분한 김두한이 "도대체 무슨놈의 싸움을 이따구로 하는거야 이 개XX야"하며 욕지꺼리를 퍼부었다고한다. 아마 수많은 눈앞에서 가오가 꽤나 상했을법한 상황이었다.

어쩌면 이시이가 김두한을 잡아버릴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우리가 알고있던 현재의 썰들이 완전히 다른이야기가 되어버릴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이제 그놈이 자신이 붙었거든. 이겼다고 생각한거야 계속 김두한이가 얻어터지니 욕심이나거든 멀리 떨어져있다가 점점 붙어서 싸워요 그러다가 김두한이한테 아구한방을 제대로 맞았지....이하생략"

-오XX  증언 이시이 관련부분 발췌-


계속 김두한 면상에 주먹을 작렬시키고 시간도 상당히 지난 상황에서 지친기색이 역력하자 자신감이 붙은 이시이는 파고들어 연타를 날리기 시작했는데 에라모르겠다하고 휘두른 김두한의 라이트훅 럭키펀치가 이시이의 턱에 정통으로 꽃혀버렸고 이후 라이트,레프트스트레이트가 1~2방 이시이의 안면에 정확하게 꽃히면서 이시이는 다운되어버렸고 완전히 비몽사몽상태에서 다리도 풀린 이시이가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쓸때 김두한이 싸커킥을 날리려고 돌진하였지만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갑자기 근접해 있던 경찰들이 김두한을 덮쳐 꼼짝못하게 제압해버렸다. 비틀비틀대던 이시이는 이미 완전히 맛이 가버린 상태였다.

주먹패들이 항의하였지만 순사들은 김두한을 데리고 유치장에 넣어버렸고 다음날 정신을 차린 이시이가 경찰서에 찾아와 합의서에 도장을 찍어준후에야 김두한은 나올수가 있었다.


"있을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거 본(김두한 이시이 싸움)사람들이 아직 살아있을거야(2002년 기준)"

-오XX 증언 이시이 관련부분 발췌-


이후 안면이 두꺼웠던 이시이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시 껄껄거리며 사람들과 어울려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종로패의 보복이 두려워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시이와 접촉을 두려워했다고한다.


한씨의 증언으로는 이시이가 김두한을 찾아갔는데 꽤나 많이 빡쳐있었던 김두한은 이시이를 좀 냉랭하게 대했고 때문에 주목패들과도 교류하며 지내지는 못했다고한다. 일부 주먹들과는 술도마시고 했다는 썰도 있는데 대다수와는 척을지며 살았던것 같다.


후에 광복 전후로 이시이는 일본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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